“(영상 속) 음악이 바뀌면 감성이 바뀐다. 어떤 음악이 나오느냐에 따라 감정선이 달라진다. 비단 영상 뿐 아니다. 길거리, 매장, 인식하지 않아도 매순간 음악에 둘러싸여 있다. 음악이 없으면 ‘미완성’인 것들이 있다” 이따금씩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하지만 원한다고 해서 함부로 쓸 수 없다. 직접 만든 음악이 아니고서야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있는 음악은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원하는 한 끗 차이 감성을 채우기 위해서는 권리 당사자에게 정당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
박종오 리틀송뮤직 대표는 “음원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원저작자와 직접 계약을 진행하면 된다. 리틀송뮤직은 순수창작 배경음악 플랫폼 ‘비지엠팩토리’를 통해 자체 제작 음원을 저작권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에는 장르별, 상황별 배경음악과 효과음 1만 3천 개가 등록돼 있다. 비지엠팩토리라는 서비스명처럼 매 달 500곡이 새로 등록된다. 곡들은 리틀송뮤직 업무상 저작물로 등록돼 있다. 저작권 소유자와 음원 이용 계약 주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음원 저작권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특히나 누구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음원의 쓰임새도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잡음도 늘었다”고 봤다. 음원 제공 플랫폼을 통해 배경음악, 효과음 등을 이용하지만 원저작자가 아닌, 플랫폼 운영자가 대리인으로 음원 사용 계약을 맺으면서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원저작자가 판매를 중지하면서 권리 관계가 변경될 때가 대표적인 예다. 원 저작자가 판매를 중지할 경우 사용된 음원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 모든 영상 소스를 보관해두지 않는 이상 애써 만든 영상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비지엠팩토리의 경우 음원이 사용된 콘텐츠만 플랫폼에 등록해놓으면 된다. 박 대표는 “월간 기간제 이용권을 구매할 경우 해당 동안 비지엠팩리에 (음원이 사용된) 작품 등록을 마치면 기간, 연장 여부에 상관없이 평생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며 “저작권 문제없이 순수 창작물로만 음원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전 세계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용 요금은 크리에이터와 프로덕션 별 1개월 기준 각 5~10만 원 선이다. 맞춤형 곡 제작도 가능하다. 고조되는 비트와 긴장감 넘치는 효과음으로 현장감을 극대화한 스포티비 카트라이더 대회 음악도 비지엠팩토리에서 탄생했다.
박 대표가 비지엠팩토리를 구상한 건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대표는 음악 이론 전공 후 저작권 분야에서 10년, 저작권 대리중개업에서 8년 경력을 쌓았다. 음원의 쓰임새와 권리가 변화하는 양상을 눈앞에서 목도했다. “유튜브가 성장하면서 음원 이용 요구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자연스레 저작권을 둘러싼 문제가 생길 것으로 봤다. 오히려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를 기다렸다”
박 대표는 대학 밴드동아리부터 친분을 쌓아온 이재원 CSO와 조정현 CTO와 다가올 일들을 대비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박 대표는 프로그래머로, 이 CSO와 조CTO는 각 디자인과 음악감독으로 경력을 쌓고 있었다. 모두 음악 관련 전공자인 이들은 “음악으로 먹고 사는 길을 열어보자”는 일념으로 음원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본업과 작곡을 병행한지 7년, 그 동안 만든 곡만 1만 곡에 달했다. 예상했던 일이 벌어진 것도 이 즈음이다. “누구나 영상 제작을 하는 시대가 열리고 음원 저작권에 대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때가 왔다” 리틀송뮤직은 2018년 10월 법인을 설립 후 지난해 9월 비지엠팩토리를 출시했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이후 스파크플러스 스타트업 글로벌패스트트랙에 지원했다. 박 대표는 “가장 힘들었던 창업 초기, 음악을 직접 제작하기 위해 음향장비에 대한 투자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에 선정 되면서 투자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후 스파크플러스에서 지원하는 자문, 컨설팅에 지원하면서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기본기를 다져나갔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파크랩, 스파크플러스가 주최한 2019 융복합 콘텐츠 스타트업 데모데이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줬다. 액셀러레이터의 적극 지원과 내부 성장 동력이 맞물리 이뤄낸 성과다.
사업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플랫폼을 출시하자 음악을 필요로 하는 방송사나 개인채널, 정부기관이 비지엠팩토리를 찾았다. 음원이 사용된 곳은 <강식당>, <전지적참견시점>, <뉴스ON> 등 예능, 시사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음원 퀄리티는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현 음악감독을 필두로 내부 작곡가가 레트로, 일렉트로닉 등 장르별 특기를 살려 요즘 감성에 맞는 음악을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최종 서비스 전까지 작곡가, 치프 프로듀서, 음악 감독 총 3단계 과정을 통해 음원 퀄리티를 검증하고 있어 믿고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작곡가가 핵심 인력이 되는 구조인만큼 작업 환경도 작곡가 중심으로 조성됐다.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 특성상 작곡가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칼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업무 분위기 조성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기본 소득이 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그렇다보니 사내 작곡가 모집에만 92:1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 대표는 “예술성을 인정받고 정점을 찍는 작곡가는 극히 일부”라며 “음악을 잘하는 작곡가들이 음악인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도록 돕고 싶다”고 전했다.
“영상 제작자에게 배경음악의 자유를 주고 싶다. 작곡가가 자신의 가치를 빛낼 수 있는 회사, ‘작곡가를 위한 회사’를 만들겠다” 박 대표는 나아가 수 백명의 작곡가가 활동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이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올해 3만 곡 이상 음원을 확보하고 비지엠팩토리 플랫폼을 언정화할 계획이다. 이후 매장용 음원 서비스를 비롯해 저작권 인식이 어느정도 확산되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박 대표는 “곡 자체를 소유하고 있어 수익배분 구조도 명확한데다 회사가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을 것”이라며 “세계를 무대로 한국만의 감성이 담긴 K-비지엠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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